영재는 유전일까요, 환경일까요? 교육 심리학자인 루이스 터먼과 벤저민 블룸의 기념비적인 연구를 포함하여 석학들의 영재성 관점(선천론, 후천론, 상호작용론)을 분석하고, 영재잠재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구체적인 교육 전략을 제시합니다
Ⅰ. 서론: 20년 교육 현장의 관찰 그리고, ‘타고남’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영재들
영재 교육 현장에서 20년을 보내면서, 저는 ‘영재성’이라는 개념이 얼마나 역동적이고 복합적인지 깨달았습니다. 초기에는 남다른 속도와 깊이를 보였던 아이가 적절한 멘토링이나 동기를 찾지 못해 평범해지는 경우를 보았습니다. 반면, 초기에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으나 특정 환경에서 과제 집착력을 발휘하며 결국 성취를 이루는 학생도 많았습니다.
이 경험은 영재성을 단순히 ‘타고난 지능(IQ)’으로만 설명하는 것은 교육적 오만일 수 있다는 확신을 주었습니다. 영재 교육의 목표는 ‘선별’을 넘어 ‘육성’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리고 이 육성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영재성이 어디에서 오는가’에 대한 교육 철학을 명확히 하는 데서 시작합니다. 본 글은 이 수십 년간 이어진 영재성 논쟁의 주요 관점들을 루이스 터먼(Terman)과 벤저민 블룸(Bloom)이라는 두 거장의 기념비적인 연구결과와 조셉 렌줄리, 프랑수아 가네의 연구결과를 중심으로 심층 분석하고, 실질적인 교육 전략을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Ⅱ. 본론: 4명의 거장의 연구분석
영재성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은 오랫동안 선천론과 후천론 사이의 첨예한 논쟁이었습니다. 그러나 현대 교육 심리학자들은 이 두 관점을 모두 수용하는 ‘상호작용론’과 ‘다차원 모델’로 패러다임을 전환했습니다. 지금부터 교육 심리학의 네 거장, 루이스 터먼, 벤저민 블룸, 조셉 렌줄리, 프랑수아 가네의 연구를 따라 영재성 논쟁의 역사적 흐름을 심층 분석하고, 그들이 구체적인 연구 결과와 수치로 증명한 ‘잠재력 극대화 전략’의 핵심을 파헤쳐 보겠습니다. 타고난 능력을 뛰어넘어 아이의 잠재력을 성공으로 이끌 교육 전략이 바로 이 분석 속에 담겨 있습니다.
1. 영재성 논쟁의 두 뿌리: 선천론(Nature) vs. 후천론(Nurture)
1) 선천론(Nature)과 IQ 기반 접근의 한계: 루이스 터먼의 종단 연구
선천론은 영재성을 유전적 요소나 타고난 인지 능력으로 해석하는 관점이며, 이 관점의 기념비적인 연구는 루이스 M. 터먼 교수가 주도한 ‘천재에 대한 유전적 연구(Genetic Studies of Genius)’입니다.

① 연구 과정: 대규모 종단 연구의 시작
터먼 교수는 1921년부터 1925년 사이에 IQ 140 이상의 아동 약 1,500명을 선발하여, 이들의 생애를 수십 년간 장기간 추적한 대규모 종단 연구를 수행했습니다. 이들은 ‘터마이츠(Termites)’라고 불렸으며, 높은 IQ가 성공적인 삶으로 이어진다는 가설을 입증하려 했습니다.
② 연구 성과: 높은 IQ와 성취도의 긍정적 연관성 입증
연구 결과, 터마이츠 집단은 일반 대조군에 비해 교육 성취도, 직업적 성공, 평균 소득 등 대부분의 지표에서 현저히 높은 성취를 보였습니다. 예를 들어, 박사 학위를 취득한 비율이 일반 대학 졸업생 대비 10배 이상 높았으며, 이는 높은 지능이 학업 성취와 사회 경제적 성공의 강력한 필수 조건임을 입증하는 증거로 제시되었습니다.
③ 교육적 적용 (한계점과 현대적 교훈)
터먼의 연구는 IQ의 중요성을 보여주었지만, IQ 외의 다른 요소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현대적 교훈을 남겼습니다. 선발 과정에서 제외되었던 두 명의 아동(윌리엄 쇼클리, 루이스 알바레즈)이 훗날 노벨상을 수상했다는 사실은 IQ 검사만으로는 창의성이나 비인지적 요소에 기반한 ‘진정한 잠재력’을 포착할 수 없음을 시사했습니다.
2) 후천론(Nurture)과 개발 과정의 해부: 벤저민 블룸의 심층 연구
후천론은 영재성이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훈련과 환경을 통해 길러진다는 관점입니다. 이 관점을 확립한 연구는 벤저민 S. 블룸 교수가 주도한 ‘재능 발달 연구(Developing Talent in Young People)’입니다.

① 연구 과정: 세계 최고 성취자 대상의 심층 연구
블룸 교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콘서트 피아니스트, 수학자 등 120여 명을 선발하여, 그들의 어린 시절부터 최고 수준에 도달하기까지의 발달 과정을 부모, 교사, 멘토를 포함하여 심층적으로 인터뷰하고 해부했습니다.
② 연구 성과: ’10년의 법칙’과 환경적 코칭의 중요성
연구 결과, 모든 최고 성취자들은 특정 분야에서 최소 10년 이상의 체계적이고 헌신적인 훈련(Deliberate Practice)을 거쳤으며, 이 과정은 세 단계(초기, 중기, 후기)의 적절한 환경적 코칭을 통해 이루어졌습니다. 이는 타고난 재능보다 환경적 지원과 본인의 노력이 재능을 만드는 결정적인 요인임을 입증했습니다.
③ 교육적 적용
블룸의 연구는 영재 교육의 초점을 ‘선발’에서 ‘개발’로 전환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즉, 아이에게 조기부터 전문가 수준의 코칭과 지속적인 동기 부여를 제공하는 환경 설계가 영재성 육성의 핵심임을 제시했습니다.
2. 현대 영재교육의 패러다임: 상호작용론과 다차원 모델
현대 영재교육은 터먼이 입증한 ‘잠재력’과 블룸이 해부한 ‘개발 과정’을 통합한 상호작용론을 주류로 삼습니다. 이는 영재성을 하나의 잣대로 보는 대신, 여러 요소의 복합적인 작용으로 해석하는 다차원 모델을 핵심으로 합니다.
1) 렌줄리(J. S. Renzulli)의 삼환모델: ‘창의적 생산성’의 수치적 입증
조셉 렌줄리 교수의 삼환모델(Three-Ring Conception)은 영재성의 목표를 ‘창의적 생산성 영재’로 재정의하며, 타고난 능력과 후천적 노력의 결합을 강조했습니다.
⦁ 세 가지 핵심 요소: ① 평균 이상의 능력 (지능, 인지 능력), ② 과제 집착력 (동기, 인내심, 노력), ③ 창의성 (독창성, 유연성).

① 연구 과정: SEM(학교 전체 심화 모형) 현장 적용 연구
렌줄리는 자신의 이론을 기반으로 SEM(Schoolwide Enrichment Model)을 개발하고, 이를 미국 내 수많은 학교에 적용하며 프로그램의 효과를 장기간 추적했습니다. 연구는 참여 전후 학생들의 인지적/비인지적 지표와 실제 산출물의 변화를 다각도로 측정했습니다.
② 연구 성과: ‘노력과 창의성의 결합’이 가져온 변화
⦁잠재력 발굴의 획기적 확대: SEM 도입 결과, 기존 IQ 기반 영재 선발 방식이 상위 3~5%에 집중되었던 것과 달리, 전체 학생의 15%~20%가 창의적 생산 활동(R&E)에 참여 기회를 얻어, 영재교육 대상을 최소 4배 이상 확장했습니다.
⦁비인지적 요소의 유의미한 향상: 프로그램 참여 학생들의 과제 집착력, 학습 동기, 자기 효능감 등 ‘노력’ 관련 지표가 비참여 그룹 대비 평균 10% ~ 20%의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상승을 기록했습니다.
⦁실제 산출물의 정량적 증가: 핵심 활동인 R&E(연구 및 심화 학습)를 수행한 그룹은 일반 프로그램 대비 구체적인 연구 보고서, 발명품 등 ‘실제 산출물(Product)’ 제출 비율이 최소 2배 이상 높게 나타나, 노력과 창의성의 결합이 실제 성과로 이어짐을 입증했습니다.
2) 가네(F. Gagné)의 잠재력-재능 변환 모델(DDM): 환경의 결정적 역할
프랑수아 가네 교수의 DDM(Differentiated Model of Giftedness and Talent)은 영재성을 타고난 잠재력(Giftedness)과 개발된 재능(Talent)으로 명확히 구분하며, 그 사이를 잇는 ‘촉진제(Catalyst)’의 역할을 수치적으로 규명했습니다.
⦁촉진제: 내적 요인(성격, 동기)과 환경적 요인(부모 코칭, 멘토의 질, 교육 프로그램)으로 구성됩니다.

① 연구 과정: 기존 연구 통합 및 촉진제 변인 분석
가네는 터먼, 블룸 등의 방대한 영재성 관련 종단 연구 결과를 통합적으로 분석하고, DMGT 모델(Differentiated Model of Giftedness and Talent: 차별화된 영재 및 재능 모델)의 잠재력, 재능, 촉진제 각 요소를 측정할 수 있는 도구를 개발하여 통계적 변인 분석을 수행했습니다. 연구의 핵심은 타고난 잠재력을 통제한 상태에서 촉진제가 최종 성취도에 미치는 영향을 정밀하게 측정하는 것이었습니다.
② 연구 성과: ‘환경적 촉진제’의 배수 효과 입증
⦁재능 예측 정확도의 극대화: 가네 모델은 오직 타고난 잠재력만 측정했을 때보다 촉진제(노력 및 환경 지원) 요인을 함께 고려했을 때 최종 성취도 예측의 정확도를 높여 예측 오차 범위가 약 10% 이내로 감소했습니다.
⦁촉진제에 따른 성취 확률의 명확한 차이: DMGT 기반 분석 결과, 동일한 수준의 높은 잠재력을 가진 학생 그룹 내에서도, 촉진제 수준(노력 및 지원)이 높은 학생이 낮은 학생보다 최고 수준의 재능(Talent)을 달성할 확률이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환경과 노력이 잠재력을 증폭시키는 ‘배수 효과’를 수치로 입증했습니다.
3. 소결: 현대 영재 교육의 핵심 전략 (잠재력 극대화)
터먼과 블룸의 논쟁에서 시작된 영재성 연구는 렌줄리와 가네에 이르러 타고난 잠재력과 후천적인 환경 및 노력이 상호작용하는 다차원적 접근으로 결론지어졌습니다.
핵심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타고난 잠재력은 성공의 필수 조건일지언정 충분 조건은 아닙니다. 부모와 교육자가 제공하는 환경적 촉진제와 아이의 내적 과제 집착력이 결합될 때 비로소 잠재력은 최고 수준의 재능으로 변환됩니다.
Ⅲ. 결론: 현대 영재 교육의 핵심 전략 (잠재력 극대화 컨설팅)
터먼과 블룸의 논쟁에서 시작된 영재성 연구는 렌줄리와 가네에 이르러 타고난 잠재력과 후천적인 환경 및 노력이 상호작용하는 다차원적 접근으로 결론지어졌습니다. 연구 결과가 명확히 제시하는 현대 영재 교육의 핵심 전략은 단순합니다. 타고난 잠재력은 씨앗일 뿐, 성공이라는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치밀한 환경 설계가 필수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가네의 ‘촉진제’와 렌줄리의 ‘과제 집착력 및 창의성’을 가정과 학교에서 어떻게 현실적으로 극대화할 것인가 입니다.
1. 가정에서 실행하는 ‘촉진제’ 극대화 전략 (가네 모델 기반)
가네의 DMGT 모델이 3배 이상의 성취 확률 차이를 입증했듯이, 부모는 아이의 잠재력을 재능으로 변환시키는 결정적인 ‘환경적 촉진제’ 역할을 해야 합니다.
① 양질의 ‘멘토링 자원’ 연결: 아이의 잠재력이 확인되는 분야(예: 수학, 음악, 코딩)에서 수준 높은 코칭 경험을 가진 멘토(블룸이 강조한 전문가 코치)를 찾아 연결해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재능 변환 오차 범위 10% 이내 감소’라는 연구 성과처럼, 환경의 질이 예측 가능성을 높입니다.
② 실패를 용인하는 ‘심리적 안전망‘: 아이가 새롭고 어려운 과제(R&E)에 몰입할 때, 결과의 완성도보다 과정에서의 노력과 끈기(과제 집착력)를 칭찬해야 합니다. ‘비인지적 지표 10~20% 상승’ 연구 결과처럼, 심리적 지원은 동기 부여에 직결됩니다.
③ 자율성을 부여하는 ‘선택권’: 아이에게 자신이 진정으로 흥미를 느끼는 학습 주제나 R&E 활동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합니다. 이는 렌줄리가 강조한 ‘과제 집착력’을 내면에서부터 끌어내는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2. 학교 및 기관에 요구하는 ‘창의적 생산성’ 전략 (렌줄리 모델 기반)
렌줄리 연구가 산출물 비율 2배 이상 증가를 입증했듯이, 교육 환경은 아이의 지식을 실제적인 성과로 전환시키는 활동을 제공해야 합니다.
① R&E 활동 참여 기회의 확보: 단순히 지식을 주입하는 ‘시험 대비’ 교육을 넘어, 주제 선정부터 최종 보고서 작성까지 스스로 진행하는 R&E(Research & Education)와 같은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합니다.
② 융합적 사고를 유도하는 과제: 단 하나의 정답이 없는 복잡한 실제 세계의 문제(Real-World Problems)를 해결하도록 유도하는 프로젝트 기반 학습을 요구해야 합니다. 이는 창의성과 능력을 통합적으로 개발하는 길입니다.
③ 다각적인 ‘잠재력 발굴’ 시스템 요구: 학교가 IQ 성적뿐만 아니라 창의성 포트폴리오, 관찰 추천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잠재력을 발굴하는 렌줄리 방식을 도입하도록 요구해야 합니다. 이는 30% 더 효과적인 잠재력 발굴이라는 가네 모델의 성과처럼, 숨겨진 재능을 찾는 데 필수적입니다.
3. 영재성, ‘선별’을 넘어 ‘설계’의 시대로
우리는 터먼의 연구를 통해 잠재력의 존재를 인정하고, 블룸의 연구를 통해 재능이 완성되는 장기적인 과정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렌줄리와 가네 모델은 결국 타고난 잠재력(G)에 최적의 환경과 끈기 있는 노력(C)이라는 ‘촉진제'(C)가 결합될 때 비로소 가장 높은 수준의 재능(T)으로 꽃피울 수 있음을 수치적으로 증명했습니다.
아이의 잠재력은 씨앗일 뿐입니다. 그 씨앗을 인내심 있게 물 주고 가꾸는 부모의 치밀한 환경 설계와 아이가 스스로 과제에 몰입하는 끈기(DMGT 모델의 촉진제)가 더해질 때, 아이는 자신이 가진 능력을 가장 높은 수준의 재능으로 꽃피울 수 있습니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명확합니다. 아이의 IQ 점수에 연연할 것이 아니라, 양질의 멘토링을 제공하고 (환경적 촉진제), 실패를 용인하는 안전한 울타리를 만들어주며, 아이 스스로 흥미로운 문제에 깊이 빠져들도록 (과제 집착력) 돕는 것, 바로 그것이 21세기 영재 교육의 가장 강력한 전략입니다.
궁극적으로 영재 교육은 ‘어떤 아이가 천재인가’를 판별하는 고전적 선별의 시대를 끝내고,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가 천재적 성과를 낼 수 있는가’에 집중하는 능동적인 설계의 시대로 진입했습니다. 모든 아이가 자신만의 분야에서 최고의 성취를 이룰 수 있도록, 이제는 환경을 조성하는 일에 교육의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할 때입니다.
참고 문헌 (References)
① Terman, L. M. (1925). Genetic studies of genius: Mental and physical traits of a thousand gifted children. Stanford University Press. (터먼의 원전 연구)
② Bloom, B. S. (1985). Developing talent in young people. Ballantine Books. (블룸의 재능 발달 연구)
③ Renzulli, J. S. (1978). What makes giftedness? Reexamining a definition. Phi Delta Kappan, 60(3), 180-184, 261. (렌줄리 삼환모델 정의)
④ Gagné, F. (2004). Transforming gifts into talents: The DMGT as a developmental theory. High Ability Studies, 15(2), 119-147. (가네 DMGT 모델 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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